초록사랑/제라늄

별거 아닌 행복

있는듯없는듯. 2011. 4. 16. 02:31

아침 햇살이 들기 시작하는 시각이면 분주히 제라늄 화분 정리를 시작한다.
베란다 커텐 열어주고, 저마다의 위치에 맞게 자리를 잡아주고, ...
그러나 그것도 기껏해야 3-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.
해가 중천에 뜨는 시각이면 앞 베란다에는 더 이상 햇살이 들어 오지 않기 때문이다.
그리고 한 시간을 넘기고 한 시가 되면 뒷베란다로 햇살이 들기 시작한다.

조금이라도 더 햇살을 받게 해줄 양으로, 햇빛을 찾아 앞 베란다에서 뒷베란다로 옮겨 다니고, 그림자에 가리울세라 매 시간마다 화분 위치를 이동시키는 나를 보며 옆방지기가 '대단하다'며 손사래를 친다.

"뭐, 어쩔 수 없잖아여....생명을 들였으면 책임을 져야죠..."

귀찮치않은지. 후회하지 않는지 물을라치면,

"딱 하나 후회하는게 있긴해요. 괜히 로열티붙은 쪼매난 모종을 구입해서 고생하고 있구나하는 후회요. 그냥 일반 제라늄 화분 사왔으면 벌써 예쁜 꽃 많이 봤을거라는 생각이 들곤하거든요."

결국 트럭으로 이동하며 화초를 판매하시는 분에게 꽃대가 많이 올라있고 줄기도 튼튼한 녀석을 하나 업어왔다. 품종도 없고 이름도 없다 그냥 제라늄이라신다. ㅋㅋ~진작에 이럴걸! 녀석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.